“굳이 사사를 만들어야 해? 몇억씩이나 들여서.”
사사를 편찬하겠다고 이야기가 나았을 때, 종종 나오는 반응입니다. 특히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정국이 불안할수록 더더욱 그렇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A사의 경우입니다. 이 회사는 IMF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대주주가 바뀌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A사 CEO는 사사 편찬에 앞서 담당 임원을 비롯한 관련 임직원과 작가, 기획자 등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아픈 역사를 하나도 빠뜨리기 말고 잘 기록해주기 바랍니다.”
그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사사를 편찬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내재화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픈 역사를 들춰야 하는데, 돈을 써가면서 굳이 사사를 만들어야 하나?”
B그룹은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사사 편찬을 하겠다는 홍보담당 임원에게 그룹 CEO는 ‘아픈 역사를 굳이 반추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홍보담당 임원이 보기에 B그룹의 역사는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반세기 역사를 훌륭하게 이어왔을 뿐만 아니라 거대한 위기를 너무나 슬기롭게 헤쳐왔기 때문입니다.
B그룹의 CEO에게는 IMF 당시 계열사를 매각해야만 했던 구조조정이 아픈 기억으로만 남아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재도약을 했지만 당시의 아픔을 되새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요.
며칠 후, 홍보담당 임원이 다시 한번 사사 편찬을 건의했지만 CEO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B그룹에게 다시 어려움이 닥쳤습니다. 아쉽게도 그때에는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룹은 분해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흔하게 듣는 유명한 격언들이 있습니다.
‘과거는 현재를 보는 거울이다.’
‘역사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다.’
그 이야기는 교과서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처한 과제입니다.